Everyone is perfectly imperfect, so are we, definitely. 스태픽스는 애견카페가 아닙니다.그리고 실은 카페도 아닙니다. 스태픽스의 마크와 서체는 그릴 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아이덴티티 폴리시도 만들지 않고 , 마케팅도 타게팅도 브랜딩도 안 하는 게 스태픽스의 마케팅이고 타게팅이고 브랜딩이라며, 유독 길고 긴 겨우살이를 버텨냈던 서촌 언덕의 스태픽스! 간판도 없는 작은 가게를 어찌 올라오신 분들이 ‘나만 알고 싶은 카페’ 뭐 그런 별명을 붙여주시니 - 실은 참 곤란한 일이지만- 어머! 하며 바보같이 마냥 좋아하던 그때가 기억납니다. 두 번째 해가 되자, 어느 고객 리뷰에 ‘넓은 잔디마당에 뷰도 좋은데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좋은지 모르겠어요ㅠ’라는 감상이 달렸습니다. 맛 이라던가 소리라던가 주차라던가 하는 그동안 당면했던 이슈와는 차원이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나만 알고 싶다던 그분들, 어찌 소문을 내주셨을까나... 다시 시간을 거슬러, 작년 깊은 가을 무렵,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대답합니다.‘스태픽스는 괜히 안 하던 것을 해보고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원래 그래라는 대답의 그 원래가 뭔지 고민해 봅니다.가령 한국인들은 경제수준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과일을 덜먹는다고 리포트가 있습니다. 그런 게 그게 왜 그런지, 왜 다른지,여기와 저기의 경계는 정확히 어딘가, 뭐 그런 쓸모없어 보이는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 허세 가득하게 답변할 수 있었던 때가 참 좋았었는데.. 나이에 걸맞지 않게 까불이인 우리의 호방한 마음은 조금씩 짜부러 들더니, '이제 비즈니스에 좀 진심이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전에 없던 책임감 까지 얘기하곤 합니다. '우리는 컨퍼런스나 영화제를 준비하는 스태프들과 같습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우리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일과를 소화하고 있지만, 이곳은 초대된 손님들이 각자의 시간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지난번 보다 조금은 철든 대답처럼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뜻이 뭐냐 의미가 뭐냐 실체가 뭐냐 나무는 심은거냐 그나무 몇살이냐.. 많은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나쁜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너희는 뭐냐고 묻는 많은 분들의 관심에 감사드리지만 저희는 Nowhere에 사는 Nobody입니다. 좌표는 HXG9+X5 seoul 입니다. 다만 한가지, 아무리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고 커피를 주문하신다 해도 여전히 스태픽스는 카페가 아닙니다.언젠가 셔터를 올리지 않는 아침이 올때까지 손님들에겐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곳으로 남길 바랍니다.우리 스스로에겐 그저 좋은 기획 안으로, 시공간 프로젝트로 간직할 수 있도록,스태픽스 모더레이터들은 여전히 친한 친구들이며, 스태픽스 사장은 나날이 더 까불고우리가 모두 사라지더라도 은행나무는 언제나 그자리에 서 있기를. 느리지만 천천히, 가보지 않은 길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