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문화가 한국에 소개되는 방식은 좀 특이하다. Hygge, Lagom은 이국적 패턴의 예쁜 선물용품 앞에 세워지는 레터링PR Phrase에 불과하고, 라뗴파파Latte papa 역시 그저 낭만적인 워딩PR Phrase이다. 북유럽국가들의 교육과 복지시스템 역시 또 다른 상품기획으로서 여전히 출판과 강연 세미나에서 빠지면 섭섭한 컨텐츠로 유통된다. 만약 토요일마다 광화문 앞을 지나칠 기회가 있다면 북유럽의 담론이 이렇게 다분히 상업적인 측면으로만 소비되는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 왼쪽과 오른쪽 한쌍의 눈처럼 세상을 입체적으로 인지하기 위해 우리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등가적으로 사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나밖에 없는 입으로 하나의 가치만을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우리사회는 여전히 사회주의를 이해하는데 장애를 드러내고 있다. 어떤 사회의 기저에 놓인 철학적 사유와 맥락이 소거될 때, 문화와 양식이 그저 피상적인 양태로만 수용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여러해에 걸친 반복적인 방문으로 우리는 스칸디나비안Scandinavian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중해의 황홀한 태양광이 남유럽 사람들의 색감으로 패션 감각으로 대물림 되듯이, 북유럽의 혹독한 기후는 필연적으로 북유럽인들에게 인테리어 감각을 선물했고, 노르딕Nordic 방식의 개인주의와 가치관, 산업으로서의 디자인이 갖게된 역사적 배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오늘날 북유럽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북유럽의 것들은 그러한 특성을 갖추게 되었다. 런던의 쇼디치Shoreditch, 베를린의 프렌츨라우어 베르크Prenzlauer Berg의 편집샵에서도 북유럽 디자이너스 빈티지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건너온 안티크Antik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던 서울에서도 -아직 도쿄만큼은 아니지만 스칸디나비안 빈티지 제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감각적인 편집샵들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스태픽스도 쇼룸 한켠에 북유럽 제품과 미드센트리 퓨처리즘Futuristic Mid-century modern design을 소개하려고 한다. 스태픽스는 도쿄의 편집샵처럼 옥션에 입찰하거나 레어템Rare item을 찾아 콜렉션을 찾아가지도 않고, 직구 쇼핑몰처럼 브랜드 아울렛을 디깅Digging하지는 않는다. 지역사회의 오래된 로피스 Loppmarknad에서 우리는 스티그 린드버그Stig Lindberg나 카이 프랑크Kaj Franck의 작품을 뒤로하고 바닥 스탬프 조차 지워진 작가미상의 50s 테이블 웨어를 선택한다. 우리의 관점은 빈티지의 상품성이 아니라 사물에 투영된 그들의 감각과 감정 같은 것들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의 디자인에 그들의 사고방식을 담고,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통해 우리의 이해를 전달하며, 그 다음은 이제 스태픽스를 찾아온 우리 고객의 선택으로 남겨진다. 언젠가 베를린을 방문하게 된다면, 오라니엔Oranienstraße 거리에 있는 사물박물관 Museum der Dinge을 들려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매우 덴마크 스러운 루이지에나 박물관처럼 - 정 반대의 느낌으로 매우 베를린스러운 이 애매한 박물관은 실험실의 기물을 보관하듯 베를린의 물건-바우하우스Bauhaus의 근원이 되고 독일 디자인의 시초가 되었던 독일공작연맹Deutscher Werkbund 작품들을 통해 미시적으로 시대의 단면을 잘라박제된 사물의 초상을 전시한다. 개인에 따라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지만, 운이 좋다면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행의 추억으로 시작된 우리의 개인적인 컬렉션들은 필운동 편집숍 스태픽스를 계기로 진열장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30~50년 동안 북유럽 가정에서 소중히 사용되던 물건들을 한점 한점을 음미하며 조금씩 소중히 모아온 것들이 어느덧 우리 손을 떠나 다른 손으로 건너 가고 있다.어떤 인연으로 먼 시간과 거리를 여행하여 이곳에 도착한 조금 이상한 나라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그 가치를 알아보시는 분들께 롱라이프Long-life design 디자인으로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기를 빌어본다. © Museum der Dinge from Instagram © Museum der Dinge from Instagram